[파견] 실리콘밸리 성장일기(2)_우당탕탕 미국생활 적응하기

[파견] 실리콘밸리 성장일기(2)_우당탕탕 미국생활 적응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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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blished
October 2, 2025
Author
SSUM

미국 실리콘밸리 인턴십: 생활 적응기

미국에서 가장 힘들었던 일은 언어도 분명 언어대로 어려웠지만, 그보다 더 큰 난관이었던 건 바로 생활 패턴과 문화에 적응하는 것이었다. 곁에 여자친구와 가족과 친구들이 없어서 다들 비행기표 쥐어주고 데려오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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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토 스타벅스와의 첫 만남

일단 가장 먼저 본토의 스타벅스에 들렸다. 첫날 첫 숙소에서 쇼핑하기 전에 발견했던 스타벅스, 우리나라라면 분명 아메리카노가 가장 위에 있어야 하는데 여기는 'Freshly Brewed Coffee'라는 메뉴가 있었다. 영어로 물어보니 드립 커피 같은 개념이었다. 오늘 내린 드립 커피를 Brewed Coffee라고 판매하고, 아메리카노는 원두에서 에스프레소를 추출해서 마시는 방식을 일컫는다고 했다.
사실 정확히 뭔지 모르고 환율 때문에 커피 한 잔에 5천 원이 훌쩍 넘는 가격에 손발이 떨리면서 고른 건 그냥 Freshly Brewed Coffee였다. 한국의 커피 맛과 완전 달라서 당황했는데, 그래도 미국에 처음 도착했을 때라 꿀꺽꿀꺽 삼키는 대로 들어갔다. 물 한 병 제대로 안 들고 돌아다녔으니 갈증을 해소하는 게 이때 마신 커피가 처음이었던 것 같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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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장보기, 마트 'Lucky'

커피를 마시면서 Lucky에 방문했다. Lucky는 한국으로 치면 딱 먹을 것만 파는 홈플러스 같은 느낌이다. 실제 바질 식물을 팔기도 하고, 향신료나 냉동식품, 고기, 생선 등 솔직히 먹을 거란 먹을 거는 다 구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다만 한국의 소주를 팔지는 않았지만, 불닭볶음면이나 밥, 빵 등 한국 사람도 거부감 없이 먹을 것들이 잔뜩 있어서 덕분에 한 달 동안 지낼 음식들을 구하는 데는 문제가 없었다.
신기한 건, 미국은 생일이나 기타 축하 문화가 잘 발달된 것인지 어느 마트를 가든 한편에 편지지와 선물용 상자, 풍선 진열대는 꼭 있었던 것 같다. 이런 면에서 다른 문화들이 슬쩍슬쩍 보이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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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풍경과 날씨

집으로 가는 길에 아직 모든 것들이 낯설어서 사진으로 전부 기록해뒀다. 다 브이로그로 남겨두려고 영상으로 많이 찍어뒀는데, 역시 낯부끄럽고 편집할 시간이 잘 나지 않아서 그냥 휴대폰에 잘 보관하고 있다.
이때 당시 한국은 찜통더위로 고생했다고 들었는데, 미국 샌프란시스코 날씨는 정말 이상했다. 바닷바람인 건지 계속 쌀쌀해서 긴팔은 꼭 챙겼다. 22도 내외에서 정말 더워야 25도인데 그마저도 건기라서 습도가 하나도 없어 더운 느낌은 들지 않았다. 덕분에 사진들은 예쁘게 많이 건질 수 있었는데, 그 대가로 구름 한 점 없는 날씨에 피부가 새까맣게 그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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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유 오피스 '위워크(WeWork)' 등록

다음은 우리가 계속 공부하고 작업해야 할 공간을 찾기 위해 Wework에 이름을 등록하러 이동했다.
위워크는 미국의 가장 대표적인 공유 오피스 기업이다. 맨해튼 한복판에서 사무실 하나 구하는 데도 상당히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점에서 문제를 느끼고 시작되었다고 알려져 있다. 당시 위워크가 대표의 문제로 흔들린다고 알고만 있었는데, 실제로 들어가 본 건 처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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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팀이 주로 사용했던 곳은 San Ramon 지역에 있는 Wework였다. 대중교통으로는 사실상 올 수 없는 곳이었고, 회사의 Product Manager였던 유빈이 형이 주로 픽업해줬다. 덕분에 카풀하면서 유빈이 형과 스몰톡하며 틈틈이 영어 실력을 늘릴 수 있었다.
그날 위워크를 등록하러 들어가면서 찍은 사진들이다. 신분증인 여권을 들고 가서 위워크 블랙 카드를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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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인상은 "진짜 이런 뷰(View)를 가진 회사가 있다면 평생 직장하고 싶다"는 것이었다. 바로 앞에 호수가 있고 울창한 숲이 있으며, 멀리는 성조기가 펄럭이는 모습이 참 평화로우면서 한적했다. 내가 있는 한국은 나무숲이 아니라 빌딩숲 사이에서 사람들이 바쁘게 지내는 모습이었는데, 이 동네는 분명 바빠 보이지만 그 속에 여유 같은 말로 형용하기 힘든 아우라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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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감상에 젖어 있을 때 유빈이 형이 위워크 체크인 수속을 도와주셨다. 그렇게 해서 8월 한 달 동안 어떤 위워크에서든 자유롭게 작업할 수 있는 멤버십에 가입했다. 언제 다시 올지 모르는 미국에서의 위워크 생활을 잘 해봐야겠다는 생각에, 이곳저곳 다른 사무실에도 들러야겠다는 계획을 세우며 등록 절차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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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역철도 '바트(Bart)' 탑승기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는 Bart를 타고 Hayward 역으로 이동했다. 바트는 쉽게 설명하면 우리나라의 GTX나 신분당선에 가까운 광역철도 역할을 한다. 샌프란시스코와 오클랜드를 연결하며 총 50개의 역과 6개의 노선을 가지고 있다.
미국의 다른 지역 전철을 타본 적은 없지만, 유럽이나 LA, 라스베이거스 같은 곳보다는 괜찮은 분위기였다. 가끔 이상한 사람들이 출몰하여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기도 했지만(특히 치안이 좋지 않은 리치몬드 역이나 오클랜드 근방), 거의 매일 왕복 40-50km에 달하는 장거리 이동에 톡톡한 효자 노릇을 해준 고마운 친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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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한국과 다르게 요금이 너무 비쌌다. 편도에 6달러, 대략 8,500원이 슥슥 결제되니 정신이 혼미해졌다. 게다가 환승 제도도 없다시피 하니, 위워크로 업무하러 한 번 다녀오면 최소 치킨값은 감당해야 했다. 오히려 이렇게 생각하니 가서 코딩할 때 업무 효율이 더 많이 나온 건가 하는 합리적 의심이 들기도 했다.

길었던 하루의 마무리

그렇게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Lucky에 다시 들러 맛있어 보이는 것들을 쇼핑 카트에 챙겨 넣었다. 수박이 파운드당 69센트인 것을 보고 부러움에 입맛을 다시며 다음을 기약했다. 집까지 20분 동안 들고 갈 엄두가 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다행히 나중에 아마존 프라임을 결제하고 집으로 배송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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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앞 풍경과 지하층에 있는 빨래방까지 한 번 슥 둘러보고 나서야 길었던 하루가 마무리됐다.
커피 한 잔을 시키고, 장을 보고, 교통카드를 찍는 아주 일상적인 일 하나하나가 여기서는 새로운 규칙을 배워나가는 퀘스트처럼 느껴졌다. 비싼 물가에 정신이 아찔해지기도 했지만, 창밖으로 보이던 위워크의 평화로운 풍경은 앞으로 6주가 넘는 날들이 어떻게 지나갈지 기대하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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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생활을 위한 준비는 얼추 마쳤으니, 다음 날부터는 정말 '일'이라는 것을 해야 했다. 과연 호수처럼 잔잔해 보이던 실리콘밸리의 회사 생활도 실제로 평화롭기만 할까. 다음 시리즈에서는 드디어 진짜 LinkedSpaces의 일원으로 첫 위워크 출근 도장을 찍으며 겪었던 좌충우돌 업무 적응기를 풀어볼까 한다.

벌써 실리콘밸리를 떠나 한국에 온 지 두 달이 다 되어 간다. 추석과 중간고사가 코앞인 그저 막 학년에 다니는 대학생이 되었지만, 그래도 이때를 생각하면 다시 열심히 살아갈 동기부여가 된다. 다들 화이팅!